분할로 갚기로 한 돈을 한 번 연체했다고 해서 남은 잔액 전부를 당연히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밀린 회차는 청구할 수 있지만, 아직 날짜가 오지 않은 나머지를 한꺼번에 받으려면 합의서에 기한이익 상실 약정이 있는지, 그 약정이 어떤 방식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개인 간 대여금을 나눠 갚기로 합의한 경우를 기준으로 합니다. 금융기관 대출이나 약관이 적용되는 거래는 다루지 않습니다.
밀린 회차와 아직 기한 전인 잔액은 나눠 봅니다
갚을 날이 지난 회차는 지금 청구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반면 남은 회차는 각자 정해진 날짜가 있어서, 그 날짜 전에는 갚지 않아도 되는 이익이 채무자에게 있습니다. 이를 기한의 이익이라고 합니다.
법이 정한 기한이익 상실 사유도 있습니다. 민법 제388조는 채무자가 담보를 손상하거나 감소 또는 멸실하게 한 경우, 채무자가 담보를 제공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정합니다. 단순히 한 회차를 연체했다는 사정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합의서의 기한이익 상실 문구를 전체로 읽으세요
연체를 이유로 잔액 전부를 청구하려면 보통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약정에서 정한 횟수 이상 연체하면 남은 금액을 즉시 갚는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는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양식이 아닙니다. 이런 조항이 있다면 연체 요건, 남은 돈의 갚을 날이 언제 앞당겨지는지, 채권자가 따로 알려야 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대법원 2008다42416·42423 판결은 이런 약정을 두 유형으로 구별합니다. 사유가 생기면 바로 갚을 날이 앞당겨지는 유형과, 채권자가 그 뜻을 표시해야 앞당겨지는 유형입니다. 그리고 바로 앞당겨지는 유형이라고 명백히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채권자의 의사표시가 필요한 유형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문구 한 줄이 아니라 조항 전체와 합의 경위를 함께 읽어야 합니다. 별도의 법률상 사유가 없는 한, 이런 약정이 아예 없다면 밀린 회차를 먼저 청구하고 나머지는 각 날짜가 오는 대로 청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통지가 필요한 약정이라면 요건과 도달 기록을 챙기세요
채권자의 의사표시가 필요한 약정이라면, 잔액을 한꺼번에 청구한다는 뜻을 채무자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통지에는 연체된 회차와 금액, 근거가 된 합의서 조항, 남은 잔액을 적습니다.
약정에 사전 통지 기간이나 별도의 최고 같은 요건이 있다면 그 요건도 지켰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통지는 상대방이 받았다는 기록이 중요합니다. 메신저로 보냈다면 대화 전체를, 우편이라면 내용증명과 배달증명을 보관합니다.
통지를 보냈다고 무조건 잔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정이 정한 연체 요건이 실제로 충족됐는지가 먼저이고, 채무자가 연체 사실을 다툴 수 있으니 회차별 입금 기록도 정리해 둡니다. 연체 뒤에 일부라도 들어온 돈이 있다면 일부 입금 후 잔액 정리 방식으로 남은 금액을 다시 계산합니다.
잔액을 청구할 수 있어도 압류는 별도 절차입니다
남은 돈의 갚을 날이 앞당겨져 잔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게 되더라도, 개인 간 합의서만으로 바로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집행권원이 없다면 지급명령이나 소송 등으로 강제집행의 근거를 갖추는 절차를 검토합니다. 이미 판결 등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라도, 그 뒤 맺은 분할상환 합의가 집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지금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합의서의 연체 조항을 전체로 다시 읽고, 회차별 입금 기록을 정리하고, 통지가 필요한 약정이라면 약정 요건에 맞춰 도달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알리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판단은 합의서 문구와 연체 경위,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