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가 대금을 주지 않아 법적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곧바로 갈림길을 만납니다. 지급명령이 빠르다는 말도 있고, 소액소송이 간단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각 절차의 설명만 읽어서는 내 사건에 무엇이 맞는지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핵심 요약
선택은 세 가지로 갈립니다. 상대가 금액을 다투는가, 주소를 알고 있는가, 청구액이 3,000만원 이하인가.
상대가 금액을 인정하면 지급명령이 가장 빠릅니다. 청구액 제한이 없습니다.
주소를 몰라 송달이 어렵다면 지급명령은 불가능하고, 소송으로 가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단서).
다툼이 예상되면 3,000만원 이하는 소액소송, 초과하면 일반 민사소송입니다.
확정된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고, 채권의 소멸시효도 10년으로 연장됩니다.
안녕하세요, 법무팀 없는 회사의 법무팀장 임호균 변호사입니다.
미수금 상담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어떤 절차로 가야 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절차를 잘못 고르면 몇 달을 그대로 흘려보내게 됩니다. 서류 신청부터 강제집행까지 이어지는 사건을 다뤄오며, 이 첫 선택이 회수 속도를 얼마나 크게 가르는지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세 절차는 이렇게 갈립니다
구분 | 지급명령(독촉절차) | 소액소송 | 일반 민사소송 |
|---|---|---|---|
적합한 상황 | 상대가 금액을 다투지 않음 | 청구액 3,000만원 이하 | 다툼이 예상되거나 금액이 큼 |
진행 방식 | 서류 심사, 채무자 심문 없음 | 간이 재판, 1회 변론이 원칙 | 정식 재판 |
인지대 | 소장 인지액의 10분의 1 | 소가에 따른 인지액 | 소가에 따른 인지액 |
속도 | 이의가 없으면 가장 빠름 | 비교적 빠름 | 느림 |
상대 주소를 모를 때 | 진행 불가 | 가능 | 가능 |
위 표는 상대가 이의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지급명령은 상대가 이의하면 그 범위에서 효력을 잃고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빠르다는 장점이 조건부라는 뜻입니다.
기간을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사건마다 편차가 커서 며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무엇이 기간을 좌우하는지는 분명합니다. 송달이 한 번에 되는지, 상대가 이의하는지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관문을 통과하면 지급명령이 가장 빠르고, 하나라도 걸리면 결국 소송 일정에 맞춰집니다.
선택 기준 세 가지
상대가 금액을 다툴 것인가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기준입니다. 판별은 상대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로 대체로 갈립니다.
상대의 반응 | 해당 유형 | 적합한 절차 |
|---|---|---|
금액은 맞는데 사정이 어려워 곧 주겠다 | 다투지 않음 | 지급명령 |
그 돈은 못 준다, 납품에 하자가 있었다 | 다툼 | 소액소송 또는 민사소송 |
정산 금액이 다르다 | 다툼 | 소액소송 또는 민사소송 |
연락 자체가 닿지 않는다 | 판별 불가 | 민사소송 |
여기서 실무상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전화로는 인정하던 상대가 법원 서류를 받고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자금 사정이 나빠진 거래처일수록 그렇습니다.
그래서 구두 약속만 있고 문자나 이메일 같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다툴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잡고 판단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대의 주소를 알고 있는가
의외로 많이 놓치는 기준입니다. 지급명령은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단서).
거래처가 폐업하고 연락이 끊겼거나 사업장이 비어 있다면, 서류가 닿지 않아 절차가 멈춥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사건을 소송절차에 부치기도 합니다(제466조 제2항).
사업자등록상 주소를 알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했다가, 서류가 반송되고서야 이미 사무실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그 주소로 실제 연락이 닿은 적이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됩니다.
청구액이 3,000만원 이하인가
소액사건은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 이하인 사건을 말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3,000만원을 넘는 금액을 나눠서 두 번 청구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2).
금액이 그보다 크면 일반 민사소송으로 진행합니다.
세 기준을 조합하면 답이 나옵니다
기준을 하나씩 보면 헷갈리지만, 순서대로 짚으면 대체로 결론이 정해집니다.
상대의 주소부터 확인합니다. 송달이 어렵다면 금액이나 다툼 여부와 관계없이 소송으로 갑니다. 지급명령은 선택지에서 빠집니다.
주소를 안다면, 다툼 여부를 봅니다. 상대가 금액을 인정하고 있다면 지급명령이 가장 빠릅니다. 청구액 제한도 없습니다.
다툴 것으로 보인다면, 금액을 봅니다. 3,000만원 이하면 소액소송, 초과하면 일반 민사소송입니다.
주소를 먼저 보는 이유는, 이 조건이 걸리면 나머지 판단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금액을 인정하는 상대라도 서류가 닿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지급명령은 어떤 절차인가
지급명령은 채권자의 신청만으로 법원이 채무자를 부르지 않고 대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절차입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정식 명칭은 독촉절차입니다.
법정에서 다투는 소송과 달리 판사가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습니다(제467조). 채권자가 제출한 서류만 심사해 명령을 내립니다. 그래서 상대가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사안일수록 빠르게 끝납니다.
핵심은 법정 다툼 없이 집행권원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집행권원이란 상대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인정해 준 서류를 말합니다. 이 서류가 있어야 압류든 강제집행이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절차는 단순합니다.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합니다. 원칙적으로 채무자 주소지 관할 법원입니다.
법원이 서류를 심사해 지급명령을 채무자에게 보냅니다.
채무자가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확정됩니다.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겨(제474조)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전자독촉으로 온라인에서도 가능하고, 인지대는 소장 인지액의 10분의 1입니다. 원금뿐 아니라 약정 이자와 지연손해금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효과가 있습니다. 확정된 지급명령으로 확정된 채권은 단기소멸시효에 해당하더라도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됩니다(민법 제165조 제2항,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9530 판결). 3년짜리 물품대금이 10년으로 바뀌는 셈입니다.
기한이 임박한 채권이라면 이 점만으로도 절차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됩니다. 남은 기한을 계산하는 방법은 물품대금 소멸시효를 정리한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액소송과 이행권고결정
소액소송은 청구액이 3,000만원 이하일 때 이용하는 간이 절차입니다. 소장이 접수되면 곧바로 변론기일이 지정되고, 원칙적으로 한 번의 변론으로 심리를 마칩니다.
여기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제도가 이행권고결정입니다. 법원은 소액사건이 접수되면 변론에 앞서, 피고에게 원고의 청구 취지대로 이행하라고 권고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피고가 2주 안에 이의하지 않거나, 이의신청 각하결정이 확정되거나, 이의신청이 취하되면 이행권고결정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7 제1항). 그리고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은 원칙적으로 별도의 집행문을 부여받지 않고도 강제집행에 쓸 수 있습니다.
구분 | 지급명령 | 이행권고결정 |
|---|---|---|
개시 방식 | 채권자가 독촉절차를 선택해 신청 | 소액사건 접수 후 법원이 판단해 결정 |
대상 금액 | 제한 없음 | 3,000만원 이하 |
이의 기간 | 송달일부터 2주 | 송달일부터 2주 |
확정 시 효력 |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 |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 |
구조를 보면 둘은 닮았습니다. 상대가 다투지 않으면 재판 없이 집행권원이 만들어지는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구액이 3,000만원 이하라면, 소액소송으로 가더라도 상대가 다투지 않는 한 절차가 빠르게 끝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이의하면 어떻게 되나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면, 지급명령은 그 범위에서 효력을 잃습니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제1항). 이 기간은 불변기간입니다.
이때 사건은 통상의 민사소송으로 넘어갑니다. 중요한 것은 시효입니다. 적법한 이의신청이 있으면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므로(제472조 제2항), 신청 시점 기준의 시효중단 효력은 유지됩니다.
채권자가 준비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인지액 보정 — 지급명령 단계에서 10분의 1만 냈으므로 나머지 10분의 9를 채워 냅니다(제473조).
소송 자료 정리 — 지급명령 신청서에 적은 내용이 소송에서 자동으로 주장이 되지는 않습니다. 계약서,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상대의 답변 기록을 다시 갖춰 제출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의가 들어와도 그동안의 시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툼이 예상되는 사건에서 지급명령을 먼저 시도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절차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절차를 고르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쓰시지만, 실무에서 회수 여부를 가르는 것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지급명령이 확정되어도, 판결을 받아도, 그 자체로 돈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집행권원은 압류를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일 뿐입니다. 상대에게 압류할 재산이 남아 있어야 실제 회수가 됩니다.
회수가 무산되는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절차를 밟는 동안 상대의 재산이 이미 정리된 경우입니다. 서류를 준비하고 송달을 기다리는 몇 주 사이에 계좌가 비고 사업장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래처의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면, 절차 선택을 고민하기 전에 재산 보전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회수 절차 전체의 순서와 우선순위는 거래처 미수금 회수 순서를 정리한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지금 확인할 것
미수금이 있고 절차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아래 순서로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대의 사업장 주소와 최근 연락이 닿았는지 확인합니다.
상대가 금액을 인정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문자나 이메일에 남은 답변이 판단 근거가 됩니다.
청구액이 3,000만원 이하인지 계산합니다. 이자와 지연손해금 포함 여부를 함께 봅니다.
채권의 남은 소멸시효 기간을 확인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대가 금액을 인정하면 지급명령, 다투는데 3,000만원 이하면 소액소송, 금액이 크거나 송달이 어려우면 일반 민사소송입니다. 다만 어떤 절차든 집행권원을 얻는 단계일 뿐이고, 실제 회수는 상대에게 재산이 남아 있을 때 이뤄집니다.
판단이 서지 않거나 상대가 다툴지 애매하다면, 거래 기록과 상대의 답변을 정리해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상황에 맞는 절차부터 함께 짚어 드리겠습니다.
지기 전에 구조를 잡아두는 것, 그것이 결국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