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나머지는 안 갚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것이 남은 돈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채무자에게 도달했다면 채무면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말이라도 대화 전체를 보면 지급을 미뤄 주는 뜻이거나, 조건을 지키면 면제하겠다는 합의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장 하나보다 앞뒤 대화와 조건, 도달 경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 글은 채권자 본인이 가진 일반 대여금 채권을, 제3자의 이해관계 없이 정산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합니다.
채무면제는 채권자의 의사표시로 생길 수 있습니다
민법 제506조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채권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면제로써 정당한 이익을 가진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효력이 생깁니다. 도달했는지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나 읽음 표시만으로 단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뜻이 다를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안 갚아도 된다"가 남은 돈을 아예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면 면제에 가깝습니다.
반면 "당분간은", "여유 생기면" 같은 말이 함께 있었다면 지급을 늦춰 주는 뜻으로 읽힐 여지도 있습니다. "이번 달까지 얼마를 보내면"처럼 조건이 붙었다면, 그 조건이 실제로 지켜졌는지가 중요해집니다. 다만 어느 쪽인지는 표현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맥락을 확인해야 합니다.
판단할 때는 앞뒤 대화, 붙은 조건, 메시지를 보낸 시점, 그 뒤 양쪽의 행동을 함께 봅니다. 일부 금액이 입금됐다는 사실만으로 나머지가 면제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만 받은 상태라면 표현을 조심하세요
일부만 받은 상태에서 "다 받았다", "끝났다", "나머지 없다" 같은 말을 쓰면, 나중에 잔액을 포기한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잔액을 정리하기 전이라면 받은 금액과 남은 금액을 먼저 확인하세요. 계산 방법은 일부 변제 후 잔액 정리에서 다뤘습니다. 채무자라면 채권자의 말이 면제인지 유예인지 애매할 때 그 뜻을 다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로 정리하려면 이것을 구분해 적으세요
남은 돈 일부를 포기하고 정리하기로 했다면 다음 내용을 구분해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채권에 대한 합의인지, 실제로 받는 금액이 얼마인지, 면제하는 잔액이 얼마인지, 면제에 조건이나 시점이 있는지입니다.
조건이 있다면, 그 조건을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도 함께 정해 두면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채무면제는 별도 서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양쪽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메시지나 서면을 남겨 두면 나중에 증거가 됩니다. 다만 이미 면제의 뜻이 도달한 뒤라면, 나중에 확인 메시지를 주고받는다고 해서 그 전의 의사표시가 일방적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판단은 대화 내용과 조건, 도달 경위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