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대금 소멸시효, 3년과 5년 판단부터 시효를 멈추는 방법까지
거래처에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남은 기한입니다. 받을 권리에도 기한이 있고, 그 기한이 지나면 돈을 떼인 사실이 분명해도 받아내기 어려워집니다.
핵심 요약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고 받을 대금은 원칙적으로 3년입니다(민법 제163조 제6호).
기산점은 납품일이 아니라 대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 때입니다(민법 제166조 제1항).
시효는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승인으로 멈출 수 있습니다(민법 제168조).
내용증명만으로는 기한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보낸 뒤 6개월 안에 다음 절차로 넘어가야 합니다(민법 제174조).
상거래니까 5년일 것이라고 계산하다가 기한을 놓치는 경우가 실제로 나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팀 없는 회사의 법무팀장 임호균 변호사입니다.
저는 신용정보회사에서 일하며 떼인 돈이 실제로 어떻게 회수되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변호사가 된 지금도 시효를 놓쳐 발을 구르는 대표님을 자주 만납니다. 그만큼 기한 관리가 회수의 첫 단추입니다.
물품대금 소멸시효는 3년이 원칙입니다
소멸시효란 받을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사라지는 제도입니다. 권리에 붙은 유통기한인 셈입니다.
기한이 지나면 상대는 시효가 완성됐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납품한 사실이 분명해도 법적으로 받아내기 어려워집니다.
다만 시효는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꺼내 들 때 비로소 작동하는 방패에 가깝습니다. 상대가 시효를 주장하지 않으면 기한이 지났어도 받을 수 있고, 상대가 스스로 갚은 돈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돌려줄 필요도 없습니다.
내 채권은 몇 년짜리인가
먼저 내 채권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받을 돈이라도 성격에 따라 기한이 달라집니다.
채권의 성격 | 소멸시효 | 근거 |
|---|---|---|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물품대금) | 3년 | 민법 제163조 제6호 |
공사에 관한 채권, 이자 | 3년 | 민법 제163조 |
그 밖의 상행위로 생긴 채권 | 5년 | 상법 제64조 |
일반 민사채권 | 10년 | 민법 제162조 제1항 |
숙박료, 음식값, 학원 수업료 | 1년 | 민법 제164조 |
임금, 퇴직금 | 3년 | 근로기준법 제49조 등 |
물품대금이 3년인 이유
상행위로 생긴 채권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5년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문에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다른 법령에 이보다 짧은 시효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을 따른다는 내용입니다.
물품대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는 민법 제163조 제6호에 따라 3년이 적용됩니다. 상거래로 생긴 채권이지만 5년이 아니라 3년이 되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 이 지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자끼리 거래했으니 5년이라고 계산하고 있다가, 이미 3년이 지난 뒤에 알게 되는 것입니다.
5년이 적용되는 경우
모든 거래대금이 3년인 것은 아닙니다. 상품 판매대금이 아닌 상행위 채권이라면 상법 제64조의 5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의 이름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거래의 실질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금액이 크거나 기한이 임박했다면 개별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시효는 언제부터 세는가
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됩니다(민법 제166조 제1항). 납품한 날이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날이 아니라, 대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 시점이 기준입니다.
상황 | 기산점 |
|---|---|
지급기일을 정한 경우 | 그 변제기가 도래한 때 |
지급기일을 정하지 않은 경우 | 대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 때 |
날짜를 놓고 계산해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계산 예시 2023년 3월 10일 납품, 대금은 그달 말일까지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기산점은 2023년 3월 31일이고, 3년이 적용되므로 2026년 3월 말에 기한이 완성됩니다. 중간에 시효를 멈추는 조치가 없었다면, 2026년 8월 현재는 이미 지난 상태입니다.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계속 거래입니다. 같은 거래처와 몇 년째 주문과 납품을 이어가고 있으면 시효도 함께 미뤄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각각의 대금 채권마다 기한이 따로 흐릅니다.
그래서 최근 거래가 활발한 거래처일수록 오래된 미수금이 조용히 묻힙니다. 장부에는 남아 있지만 아무도 그 건의 날짜를 세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효를 멈추는 세 가지 방법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면 멈출 수 있습니다.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아래 조치를 하면 진행하던 시효가 중단되고, 그 시점부터 다시 시작됩니다(민법 제168조).
방법 | 구체적 조치 | 실무 특징 |
|---|---|---|
청구 | 소송 제기, 지급명령 신청 | 확실하지만 절차 개시가 필요 |
압류·가압류·가처분 | 상대 재산을 묶는 조치 | 시효 중단과 재산 보전을 동시에 |
승인 | 일부 변제, 채무를 인정하는 문자 | 손은 덜 가지만 상대 행동에 달림 |
세 가지 중 손이 가장 덜 가는 것은 승인입니다. 거래처가 대금을 일부라도 입금하거나 미지급 사실을 인정하는 메시지를 보내면, 그 시점부터 시효가 새로 시작됩니다. 다만 상대의 행동에 기대는 방법이라 계획적으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기한이 임박했을 때 비교적 빠르고 비용 부담이 적은 방법은 지급명령입니다. 상대가 이의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민사소송법 제474조).
다만 상대가 다툴 뜻을 이미 밝혔다면 이의로 이어져 소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거래처가 폐업을 준비하거나 재산을 옮기는 정황이 보인다면, 순서를 바꿔 가압류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시효를 멈추는 동시에 재산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수 절차 전체의 순서는 거래처 미수금 회수 순서를 정리한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내용증명만으로는 시효가 멈추지 않습니다
대금이 밀리면 대부분 내용증명부터 떠올립니다. 그리고 보내고 나면 기한 문제는 해결됐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도 "내용증명은 보냈는데요"입니다.
내용증명으로 대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것을 법에서는 최고라고 부릅니다. 최고에도 시효를 멈추는 효력은 있습니다. 다만 그 효력이 임시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구분 | 내용 |
|---|---|
내용증명으로 되는 것 |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 증거로 남기기, 대금 독촉과 계약 해지 통보의 도달 확인, 협상과 소송의 근거 마련 |
내용증명으로 안 되는 것 | 통장 압류나 강제 회수, 판결문과 같은 집행력, 시효 기간의 연장 |
최고 후 6개월이 진짜 마감일
민법 제174조는 최고를 한 뒤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내용증명을 보낸 날부터 6개월이 실질적인 마감일입니다. 그 안에 다음 절차를 밟지 않으면 보내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실무에서 이 6개월이 가장 잘 새는 구간입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상대가 곧 정리해서 연락드리겠다고 답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반년이 지나가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참고로 최고 후 6개월 안에 상대가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도 이 규정을 유추적용해 시효중단 효력을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다만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으므로, 승인을 받았다면 그 기록을 반드시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내용증명 자체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남기는 증거로서는 분명한 값을 합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기한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이미 시효가 지났다면 어떻게 되나
시효가 완성된 뒤에 거래처가 일부를 입금했다면, 이제 전액을 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그렇게 보는 쪽에 가까웠지만, 최근 판단이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은 2025년 7월 24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 종전 법리를 변경했습니다(2023다240299).
이 판결에 따르면 시효이익을 포기했는지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일부 변제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변제액과 채무액의 차이
시효기간이 지난 정도
변제 당시와 그 전후의 언동
당사자들의 관계와 거래 경험
채권자 입장에서는 불리해진 변화입니다. 시효가 지난 뒤 일부 입금이나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기한이 지나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사업주가 자주 하는 오해 세 가지
첫째, 판결까지 받으면 끝이라는 생각입니다. 판결로 확정되면 짧은 시효도 10년으로 늘어납니다(민법 제165조). 다만 늘어난 10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조치해야 합니다. 판결문을 받아두고 집행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면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둘째,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으니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세금계산서는 거래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이지만, 발행 자체가 시효를 멈추는 사유는 아닙니다. 증거를 갖추는 것과 기한을 관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셋째, 금액이 작으니 나중에 처리해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회수 실무에서 시효가 문제되는 채권은 대체로 큰 건이 아닙니다. 당장 급하지 않아 뒤로 밀린 건, 담당자가 바뀌며 인수인계에서 빠진 건이 장부에 남아 기한만 흘러갑니다.
시효 관리는 결국 구조의 문제입니다
시효를 놓친 뒤 상담을 오시는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미수금을 정리하려고 장부를 들여다본 그날 처음으로 날짜를 세어봤다는 것입니다.
받을 돈의 기한은 사건이 터진 뒤에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관리하는 항목입니다. 분기에 한 번 미수금 목록을 열어 납품일과 약정일만 확인해도, 기한이 임박한 건을 미리 걸러낼 수 있습니다.
법무팀이 있는 회사는 이 점검을 정기 업무로 돌립니다. 법무팀이 없는 회사라면 대표님이나 경리 담당자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확인할 것
미수금이 남아 있다면 아래 순서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날짜를 확정합니다. 납품일, 지급 약정일, 마지막 입금일을 기록에서 찾습니다.
채권의 성격을 확인합니다. 물품대금인지, 다른 성격의 상사채권인지에 따라 3년과 5년이 갈립니다.
남은 기간을 계산합니다. 기산점부터 오늘까지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합니다.
조치를 선택합니다. 기한이 넉넉하면 협의와 독촉으로, 임박했다면 지급명령이나 가압류로 넘어가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물품대금은 원칙적으로 3년이고, 기산점은 대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 때입니다. 기한이 끝나기 전 청구, 가압류, 승인으로 멈출 수 있으며, 내용증명만으로는 부족하고 보낸 날부터 6개월 안에 다음 절차로 넘어가야 합니다.
기한이 6개월 안쪽으로 남았거나 이미 지났는지 애매하다면, 판단을 미루지 마시기 바랍니다. 거래 기록을 정리해 문의 주시면 남은 기한과 지금 가능한 조치부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구조를 잡아두는 것, 그것이 결국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