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신고 처리는 했는데, 그 뒤로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혹시 저희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조치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입니다. 사내변호사로 2,000건 이상의 인사법무를 담당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괴롭힘 자체보다 그 이후의 대응에서 문제가 커진다는 점입니다.
최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흐름을 보면, 최초의 괴롭힘보다 신고 이후 발생하는 2차 가해를 훨씬 무겁게 보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2026년 현재, 직장 내 괴롭힘 2차 가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이 글에서는 2차 가해의 법적 정의부터,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10가지 유형, 그리고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예방 프로토콜까지 정리했습니다.
신고 접수 후 회사 대응 전체 절차는 → [직장내괴롭힘 신고 접수 후 회사 대응 가이드](https://lawyerlim.inblog.io/workplace-harassment-employer-response-guide) 에서 정리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2차 가해란 무엇인가
직장 내 괴롭힘 2차 가해란, 괴롭힘 신고 이후 피해자 또는 신고자에게 가해지는 불리한 처우를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에 '2차 가해'라는 단어가 직접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제76조의3 제6항이 이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2차 가해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정확히 어디까지가 해당되는 건가요?"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불리한 처우'가 바로 실무에서 2차 가해라고 부르는 영역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괴롭힘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리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것을 '2차 피해'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쉽게 말해, 신고 접수부터 조사, 징계, 복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가 받는 불이익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관리자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불이익 취급 금지의무와 조사자의 비밀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일반 근로자의 2차 가해 금지의무는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료가 한 건데 회사 책임인가요?"라는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용자에게는 피해자 보호 의무가 있기 때문에 동료에 의한 2차 가해도 방치하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불리한 처우의 판단 기준
그렇다면 불리한 처우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될까요? 실무와 판례에서 주로 보는 요소는 세 가지입니다.
시기적 근접성: 신고 시점과 조치 시점이 가까운가
의사 반영 여부: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었는가
객관적 불이익: 실제로 불이익이 발생했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2차 가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왜 괴롭힘보다 2차 가해가 더 무거운가 — 과태료 vs 형사처벌
벌칙 구조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구분 | 조사·보호 의무 위반 | 불리한 처우 (2차 가해) |
|---|---|---|
근거 조문 |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5항 |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
제재 수준 | 500만 원 이하 과태료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
제재 성격 | 행정제재 | 형사처벌 |
과태료와 형사처벌. 이 차이를 모르고 대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실제로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는 소규모 금융기관의 이사장이 2차 가해를 방치한 책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2차 가해의 죄질이 1차적 행위보다 더 무겁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이 판례에서 주목할 점은 이사장이 직접 괴롭힘을 한 것이 아니라, 신고 이후의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만으로 형사책임을 진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관리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보호조치 없이 가해자를 두둔한 행위에 대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공식적인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된 관리자에게는 보호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회사가 무심코 저지르는 2차 가해 10가지
경험상 대부분의 2차 가해는 '무심코' 발생합니다. 상대방에게 악의를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런데 법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를 봅니다. 선한 의도였더라도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했다면 2차 가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1), 2), 3)번은 상담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유형입니다.
1) 합의를 강압적으로 종용하는 것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는 합의를 권한 거지 강요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압박으로 느꼈다면, 법적으로는 종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족 같은 회사에서 왜 이러나", "서로 오해 풀고 좋게 넘어가자"며 신고 철회를 유도하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경영진이나 인사팀이 나서서 이런 말을 하는 순간, 그것 자체가 불리한 처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신고자의 신원을 노출시키는 것
"비밀유지를 했는데도 어떻게 알려진 건가요?"라는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대부분 공식적인 유출이 아니라, 부서 회의나 점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퍼집니다. 피신고자가 신고자를 추정하고 이를 팀원들에게 알린 것은 전형적인 2차 가해로 인정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은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해당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3) 피해자를 강제로 전보 조치하는 것
"피해자를 위해서 옮긴 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나요?"라는 반문을 많이 받습니다. 가해자와의 분리가 필요할 때, 정작 피해자를 원치 않는 부서나 지역으로 보내는 일이 생깁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는 명백한 불리한 처우입니다. 분리가 필요하다면 원칙적으로 가해자 쪽을 이동시켜야 합니다.
분리조치의 구체적인 원칙과 실무 체크리스트가 궁금하시다면, 직장 내 괴롭힘 분리조치, 부당 인사 피하는 3가지 안전 원칙과 실무 체크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성과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
평가 시즌에 '조직 융화력 부족', '태도 불량' 같은 항목을 이유로 점수를 깎는 경우입니다. 신고 사실과 평가의 시기적 근접성이 인정되면 보복성 조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업무에서 고립시키는 것
주요 회의에서 빼거나, 공유 채널에서 제외하거나, 동료들이 대화를 피하도록 방관하는 것입니다. 적극적인 괴롭힘이 아니더라도 '방관'만으로 사용자의 보호 의무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6) 가해자를 두둔하며 피해자를 낙인찍는 것
"일은 잘하는데 좀 거칠어서 그렇다"며 가해자를 감싸고,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프레이밍하는 행위입니다. 앞서 언급한 국가인권위원회 사례에서도 가해 직원을 두둔하는 발언이 2차 가해로 인정되었습니다.
7) 증언한 동료에게까지 불이익을 주는 것
참고인으로 협조한 동료에게 냉대가 이어지면, 이후 아무도 증언하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이런 분위기 자체가 조직 전체의 신고 시스템을 무력화시킵니다.
8) 신고 자체를 묵살하거나 지연시키는 것
"예민한 것 아니냐"라며 접수를 거부하거나 조사를 수개월 끄는 행위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9) 가해자의 보복성 역고소를 지원하는 것
가해자가 피해자를 역고소할 때 회사가 암묵적으로 편의를 제공하면 중립 의무 위반입니다. 회사는 양쪽 모두에 대해 공정한 입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10) 피해자의 휴가, 병가 사용을 통제하는 것
회복을 위한 휴가 신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불리한 처우의 전형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등에 대해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는 의도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분위기 아닌가요?"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당한 업무 지시였는데 2차 가해로 몰리면 어떡하나요?"라는 걱정도 하실 겁니다. 합리적 근거가 있는 업무 지시, 객관적 기준에 따른 평가, 업무상 필요에 의한 조치는 그 자체로 2차 가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적 조치, 그리고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 결정입니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2차 가해 위험이 높은 이유
"우리 회사는 규모가 작아서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인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대표나 관리자가 직접 개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2차 가해가 구조적으로 발생합니다. 전담 인사팀이 없으니 조사 절차가 비체계적이고, 비밀유지가 어렵고, 분리조치 자체가 물리적으로 제한됩니다.
앞서 소개한 광주지법 순천지원 사례가 바로 소규모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규모가 작다는 것은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체계가 없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2차 가해 예방을 위한 실무 프로토콜 3가지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시스템입니다. 개인의 판단에 맡기면 실수가 생깁니다.
1단계. 비밀유지 서약서를 신고 당일에 징구합니다
조사관, 피해자, 가해자, 참고인 전원에게 각각 받으세요. 서약서를 받는 것 자체가 관련자 전원에게 '이건 비밀입니다'라는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며칠 뒤에 받으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도 받는데, 신고 당일에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미 정보가 퍼진 뒤일 수 있습니다. 서약서 양식은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매뉴얼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2단계. 피해자 보호 조치를 선제적으로 안내합니다
유급휴가, 재택근무, 근무장소 변경 등을 회사가 먼저 제안하고, 선택 결과를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를 위해서 옮겨준 건데 왜 문제가 되나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회사가 좋다고 생각해서 일방적으로 조치하면, 그것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습니다.
분리조치를 실행할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직장 내 괴롭힘 분리조치, 부당 인사 피하는 3가지 안전 원칙과 실무 체크리스트에서 실무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단계. 사후 모니터링을 3개월간 실시해야 합니다
종결 후에도 피해자 복귀 상황을 정기 점검하고, 은밀한 2차 가해 여부를 확인합니다. 조사가 끝났다고 관리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사 종결 직후가 2차 가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월 1회 피해자 면담을 실시하고, 업무 배치·평가·동료 관계에 변화가 없는지 서면 점검표로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점검 결과는 반드시 문서로 남기세요.
이 세 가지를 문서화해 두면, 노동청 감독이나 소송에서 의무 이행을 소명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핵심 정리
항목 | 핵심 내용 |
|---|---|
2차 가해란 | 괴롭힘 신고 후 피해자·신고자에게 가해지는 불리한 처우 |
법적 근거 |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
처벌 수위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형사처벌) |
판단 기준 | 시기적 근접성, 피해자 의사 반영 여부, 객관적 불이익 발생 |
예방 핵심 | 비밀유지 서약(당일) → 선제적 보호조치 안내 → 사후 모니터링(3개월) |
사건 해결과 피해자 보호는 다릅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과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조사를 잘 했고 가해자를 징계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한 번이라도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면 회사는 방어가 어려워집니다.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벌칙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100가지의 각기 다른 괴롭힘 사건에는 100가지의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건 초기에 전문가와 함께 대응 체계를 설계해 두면, '무심코'가 '위법'이 되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문의해 주십시오.
임호균 예방변호사와 상담을 원하신다면, 아래 번호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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