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고 곧바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돈을 빌릴 때부터 상대방이 속였는지입니다. 고소를 검토한다면 독촉 문자보다 먼저, 처음 돈을 요청한 대화와 송금내역을 꺼내 보세요.
“안 갚는다”와 “처음부터 속였다”는 다릅니다
변제일을 여러 번 어기고 연락까지 피하면 사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돈을 빌릴 때에는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가 이후 사업 실패 등으로 갚지 못한 경우라면, 그 사정만으로 사기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도 사기죄 성립 여부는 돈을 빌릴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지금 돈이 없다는 사실과, 처음부터 중요한 사실을 거짓으로 말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나누어 봐야 합니다.
어떤 거짓말 때문에 돈을 보냈는지 짚어 보세요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상대방이 “납품대금이 다음 주에 들어오니 그 돈으로 갚겠다”고 해서 돈을 빌려줬다고 해보겠습니다.
실제 납품 거래는 있었지만 대금 지급이 늦어진 경우와, 애초에 납품한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경우는 다릅니다. 뒤늦게 약속을 못 지켰다는 자료와 처음부터 설명이 거짓이었다는 자료도 서로 다릅니다.
고소를 준비할 때에는 “나를 속였다”는 결론보다, 상대방이 한 말·그 말이 당시부터 거짓이었다고 보는 근거·그 말을 믿고 돈을 보낸 경위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짓 설명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전체 거래 경위와 고의 등을 함께 판단합니다.
송금을 여러 번 했다면, 증거도 송금별로 나누세요
한 달 동안 세 번 돈을 보냈다면, 세 번의 이체를 한 덩어리로 묶지 마세요. 각 송금 직전에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붙여 보세요.
처음에는 생활비를 빌려줬는데, 두 번째에는 허위 담보 설명을 듣고 추가로 빌려줬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송금 뒤 알게 된 사정을 첫 번째 송금의 이유처럼 적으면 시간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각 송금마다 ① 직전 대화 ② 이체내역 ③ 설명과 실제 상황이 달랐다는 자료를 묶으면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보입니다. 제3자 계좌로 보냈다면 실제 차용인과 계좌 명의자의 역할도 구별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갚았다면 사기가 아닌가요?
일부 변제는 거래 경과와 당시 의사를 판단하는 자료입니다. 조금 갚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사기가 부정되는 것도, 나머지를 못 갚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가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언제 얼마를 갚았는지, 그 전후에 어떤 설명을 했는지, 차용 당시 수입과 채무 상태가 어땠는지 함께 봅니다. 고소장에는 돌려받은 돈도 빠짐없이 적고, 남은 피해액을 구분해야 합니다.
고소를 하더라도 돈을 돌려받을 준비는 따로 필요합니다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민사상 대여금 청구까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예금을 바로 압류하거나 돈이 자동으로 반환되는 것도 아닙니다.
반환 약정과 변제기, 잔액을 확인한 뒤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검토해야 합니다. 재산 처분 우려가 있다면 가압류의 필요성도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형사고소만 해 두면 민사채권의 소멸시효까지 보전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처음 돈을 요청한 대화, 송금내역, 거짓이라고 보는 구체적 근거, 일부 변제내역부터 정리하세요. 확실히 아는 사실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나누는 것이 무작정 “사기꾼”이라고 쓰는 것보다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임호균 변호사 · 2026. 10. 26.
개별 사건의 판단은 약정과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